필자가 있는 사무실 건물을 세우는 과정에서 있었던 일을 하나 소개하면 초면의 어느 건축업자가 나타났는데, 인사와 아울러 명함을 건네는 중에 그의 손이 이쪽으로 갈까? 저쪽으로 갈까? 하고 망설이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즉 그는 좌측의 호주머니에 있는 명함을 꺼낼까? 우측에 있는 명함을 꺼낼까? 하고 망설이다 필자의 눈에 띤 것이다.

이때 필자가 하는 말
"명함 고르지 말고 대표명함 주세요"라고 했었으며, "이왕이면 두장 다 꺼내 보세요. 제가 고를 것이니" 라고 제안했더니 "눈치 빠르십니다" 라고 하면서 두장모두 꺼내더군요. (아래는 그분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으려고 필자의 이름을 이용한 그분의 명함 모양을 간단히 도안해 본 것)

필자 또한 명함을 새기면서 아직 한번도 대표니 사장이니 하는 단어의 명함을 새겨본적 없는데, 지금은 필자도 머리에 하얀 눈이 내려 있지만 검은 머리시절에는 제 나이를 못 보는 분들에게 일부러 나이를 올려서 보여줄 필요는 없었던 이유로 명함에서의 호칭을 다른말로 해서 사용했던 시절이 있었지요.

그럼 그날 만났던 건축업자에게서 들어본 말을 되풀이 해 보기로 하면, 가격을 깍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과장명함을 건넨 경우는 사무실로 가서 사장님과 의논해 봐야 하는 일이라 제 마음데로는 가격을 정할 수 없습니다 라는 말을 건네면서 저희 사장님은 일 제대로 해 주고 깍지말게 하라는 지시를 내립니다 라고 한답니다.

그러나 대표명함을 건넨 경우는 가격을 깍아주세요 했더니 않됩니다, 대신 일 잘해 드릴께요 하더라도 유찰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지요. 한마디로 사장이나 되는 사람이 또는 대표라는 사람이 그렇게 빡빡하냐는 뜻으로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과장명함을 건넨 경우는 다음날 깍아준다거나 못 깍아준다거나 했을 때 동의해 주는 식으로 거래가 이뤄진다고 하더군요.

이날 그의 의도는 두장의 명함을 가지고 상대에 따라서 골라준다는 사업가였던 것이지요. 상황에 따라 대표명함이 통할 때도 있고, 과장칭호의 명함이 통할 때도 있다는 말이며, 그는 두장의 명함을 하나는 대표로 하나는 과장으로 하여 보관하면서 상황대처를 하는 처세술의 달인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필자는 이 사람이 바로 사업가라는 생각을 또한번 하게 되었었고, 이사람에게 일감을 맡길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사람이라면 모름지기 나름대로의 처세술이 있는 것으로써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지금 명함이 몇장이며, 지금 가지고 있는 명함에 직함이 무엇으로 되어 있는가 보면서 상황대처를 잘 하는 불경기 없는 사업가의 위치를 위한 처세술의 달인이 되어보면 어떨까 한다.